본문 바로가기
아들에게

아들아, 너 나갈래?

by healthy wealthy horse 2025. 1. 20.
반응형

 

너 나갈래?
너 나갈래?

 

엄마는 네가 잘 성장하여 

독립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거야.

곧 성인이 될 너는 이제

어느 정도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해.

 

세수도 안 해.

양치도 안 해.

학생이지만 책을 한번 안 봐.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하고 유튜브를 보지.

방학이라 좀 누리고 싶다는 말로

변명을 하지만.

방학을 한 지 벌써 2주가 되어간다.

 

너에게 주어진 그 독립된 방.

잠긴 너의 방에 노크를 하고 

조심히 말을 걸고 밥을 건네주지.

 

너에게 너 스스로를 잘 챙기라고

스스로의 스케줄을 잘 조정하라고

해야 하는 걸 스스로의 의지로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너의 인생을 꾸려보아라

그런 의미에서 자유를 주었지만.

아무런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너무 일찍 맡겼나 보다 싶은 생각이다.

 

공부.

중요하지만 강요하지 않는다.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은

너에게 주어진 그 자유는

너의 의무를 다해야만 보장된다는 점을

알기를 바라는 것.

너의 의무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너에게

매 끼니를 챙겨주고 용돈도 주고

비위 맞춰가며 말을 조심조심 걸다가도

이게 과연 맞는 것인가

깊은 빡침이 드는 게 사실이다.

 

네가 걸핏하면 말하는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말은

진짜 네가 알아서 하고 있는 상태라야

내뱉을 수 있는 거다.

 

그렇게 세수도, 양치도 안 한 지 오래이고.

방안 쓰레기통 비닐이 넘쳐흘러도 

압축에 압축을 시켜가며 꾸역꾸역

쓰레기를 버려대면서 

내뱉기는 무리인 말이지 않냐.

 

정신 차리자. 아들.

또 한 가지.

 

너의 나이가 두 자리 수가 되었다는 것은

너만이 중심이 되는 사고가 아닌

네가 속한 이 공동체를 위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들이 있고,

너도 다른 이의 배려로 지금의 그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을 알기 바라는 것.

 

엄마가 직장 다녀와서 빨래하고 청소하고 밥하고 설거지하는

이 모든 일들이 꼭 엄마가 해야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를 바란다.

엄마가 우리가 함께인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위해서

현재 그 일을 맡아서 하는 거지 

그게 원래 내 일이라서가 아니야.

 

너는 지금 오롯이 너 자신만을 위한 하루를 살고 있는데.

아빠, 엄마,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하루도 그러한지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네가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가족을 위한 너의 역할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도 해보길 바라고.

너만을 위한 시간을 조금 비워서

가족을 위한 틈을 할애하면 좋겠다.

 

매일매일이 나도 처음이다.

너도 매일 매일이 처음이지만,

나도 처음이다.

지혜롭게 너를 이끌어주고 싶으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미안하지만 진짜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하면 잔소리가 아닌

인생 선배로서의 진심의 말을

전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지만.

마음처럼 전달이 잘 되지 않아서

방법을 찾는 중이다.

 

네가 남이었다면

그냥 너 나가라.

했을 테지만.

너는 남이 아니므로.

잘 알려주고 이끌어줘야겠지.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너와 갈등을 겪을 테지만.

중요한 것은

너는 언제나 지지받는다는 것이다.

 

네가 양치를 하든 안하든

세수를 하든 안하든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너는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다.

네가 무얼 잘해서 좋은게 아니고

너가 그냥 너라서 좋은 거고 사랑하는 거다.

 

잘 자라서 너가 속하게 될 공동체에 

선한 영향력을 주며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보람된 삶을 살 수 있기를 

응원하고 바란다.

 

집은 너가 독립할 준비가 되거든

언제든지 나가라.

 

또한 다시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돌아오시고.

 

무얼 하든지 환영이다.

아들.

 

 

 

 

반응형

'아들에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학이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  (0) 2025.02.03
중2 아들 훈육  (0) 2025.01.28
아들아, 너가 뱉은 말은 지키자.  (0) 2025.01.27
아들아, 욕은 하지말자  (0) 2025.01.19

댓글